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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내 친구가 모르는 사람이야

작성자 | 런런219 (gm451e)




 지금 진짜 혼란스러워서 미치겠어 내가 이상한 거야? 머리 어지러우니까 좀 쓸게 읽어봐줘...



 그 사실이 갑자기 번뜩 생각난 건 고작 그제야. 토요일이니까 느지막이 일어나서 게임하면서 간식 먹고 있었어. 핸드폰 옆에 두고. 일어나자마자 게임한다는 게 좀 한심하긴 했는데 내 친구는 거의 매일 하거든 ㅋㅋ 생각난 김에 걔 접속해있나 확인해봤더니 왠일로 없더라. 그래서 같이 게임하자고 문자 보낸 다음에 나 혼자 몇 판 했지.


  근데 한참 답이 없어. 게임 아니면 핸드폰만 붙잡고 있을 앤데 왜 이렇게 늦지? 보냈는데 내가 수신음 못 들은 건가? 싶어서 문자를 확인해봤는데 이상한 거야.


 없는 번호라서 발송이 취소되었대. 


 오늘 새벽까지도 떠들던 기록이 그 알림 위에 보이는 건 참 어색한 광경이었어. 이름 옆에 붙인 하트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보내기를 눌러봐도 일이 분 소모하다 똑같은 알림을 띄워. 얘가 번호를 바꿨나. 사실 맨 처음 드는 생각은 그거지. 뭐 바꿨으면 곧 나한테 새 연락처를 주겠거니, 평범하게 넘기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았어.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대화 내용만 보고 이름은 잘 눈여겨보지 않는 법이잖아, 그렇지?

 더 이상한 게 뇌를 스쳤어. 더 정확히는 입으로 생각 없이 읊고 있던 게. 


 핸드폰을 다시 켜서 문자를 들어갔어. 번호도 어제 문자한 내용도 확인했고. 다 똑같은데, 하나를 전혀 모르겠는 거야.



 이 이름 뭐야?


 정말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 상단에 쓰여져 있었어. 내 친구 이름은 꽤 특이한 편이고, 그래서 누구랑 헷갈릴 일도 없어. 내가 수정한 것도 아냐. 예를 들어 내가 기억하는 대로가 여니♡ 라면, 그 때 저장된 이름은 희야♡ 같은 느낌으로,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이 바뀌어져 있었어. 물론 내 친구 중에는 희야라고 불리는 애도 없었고.


 꺼림칙한 기분에 잘 하던 게임도 오늘은 그만 끄고 싶었어. 나가려고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는데, 내 친구가 접속했다는 메시지가 뜨는 거야. 순간 마음이 가라앉더라고. 걔한테 바로 번호 바꿨냐, 얼른 알려달라고 채팅을 했어. 근데 돌아온 답이,


 네?


 저 한 글자에 다시금 소름이 끼치더라. 설마, 장난이겠지 싶어 왜 모른 척 하냐며 자판을 쳐. 몇 번이나 오타를 내면서. 그런데도 친구는 계속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굴더니 결국엔 나를 차단하는 거야. 


 몇 분간 멍하다가, 컴퓨터를 끈 채로 무언가에 이끌리듯 집을 나왔어. 걔 집은 우리 집에서 5분 거리니까, 이건 맞겠지. 이건 기억하고 있겠지. 받지 않는 전화를 걸며 걔 집으로 달려갔어. 맞닥뜨린 건 굳게 닫힌 문, 쌓인 먼지. 문 손잡이를 돌리니 끼릭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였고.


다급하게 걔를 아는 다른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니까, 전 이름은 모르고 바뀌어진 이름을 대니 알더라. 이사를 갔고 번호를 바꿨대. 그럼 그렇지. 이런 꿈같은 일이 일어날 리가. 바꾼 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모르냐며 의아해하는 친구들은 일단 무시하고, 안심하며 애들에게 받은 새 집 주소를 찾아가봤어. 멀지 않은 곳이더라고. 문을 두드리고,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걔가 나오면 웃으면서 한 대 때려주려고나 했지.


 근데 거기서 생판 모르는, 내 또래의 여자가 얼굴을 내밀면 너네는 어떡할 거 같아? 


 


...무례할 지도 모르지만 그대로 말도 못하고 뛰쳐나와 버렸어. 누구랑 같이 사는 것도 아니야. 애들에게 물어보니 내가 본 파란 염색의 긴 생머리가 걔 맞대. 검은 단발이 언제 그렇게 되는데, 걔 성형 수술이라도 했대? 핸드폰 꼭 쥐고 달리는 내 손에서 진동이 와. 받으니 전혀 모르는 목소리가 내 이름 부르면서 자기가 희야래. 왜 뜬금없이 도망가느냐면서 웃는 소리가 들어본 것들 중 가장 해맑고 섬뜩해. 끊었어. 마침 다다른 집에선 그날 내내 못 나오겠더라. 더 무서운 건, 뛰어올 때 왔었던 그 사람의 번호가, 이미 저장되어 있었다는 거. 희야♡. 그럼 아까 문자 보냈던 번호 이름이랑 겹치잖아?


 ...아냐, 희야 전 번호라고 바뀌어져 있었어.




 그 날 이후로 무서워서 못 참겠는데, 친구들이 평범하게 대해서 오히려 내가 이상한 건가 싶어질 지경이야. 걔는 내 친구인 건가?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가? 그 전의 일들이 모두 내 망상인가? 글 쓰는 지금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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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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