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 null

2017 2019. 11. 7. 12:42

볼 일도 없겠지만 보면 연락해라...

이건 거의 속죄다... 진짜로...




넌 나와 사랑이라는 말도, 느낌도 없이 그토록 천진하게 사랑했었지.¹



 나는 모른 척 앞만 돌아보다 발목을 건드리던 감정이 네 것이란 걸 알아챘었고. 따스하게 추운 감촉이 명랑했던 낯들이 설기 그지없고 그렇다고 감싸들 생각도 없다. 네 눈망울이 선연하다. 그래서 눈을 감았다.

 모든 낮과 밤마다 네 생각을 했었다. 별의별 생각 좆같은 망상부터 마음 실린 고민까지 네가 좋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썩기라도 할 것처럼. 가벼웠던 적은 없다. 그게 너랑 나에게 치명적이었다. 내가 개새끼인 거 알아. 그래서 짖어대는 것밖에 몰랐지. 물어뜯지 않으면 놓칠 것처럼 몸은 놓아두었지만 마음 귀퉁이를 어느 날엔 중심부를 콱 물고 은근히 씹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네가 미워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염병할 놈의 세상 나기였다.

 아직도, 너와 만나는 자리에 가면 네가 사라져있을 거란 의심을 세 끼 밥보다 강박적으로 챙겨먹고 있다. 목구멍으로 잘 넘기는 연습을 어제 통과했다. 그래도 지독한 배앓이처럼 아프게 하리라는 것은 넘길 수 없다.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오만함이 또 가지를 뻗었다. 단 열매는 도통 열릴 줄을 모른다. 없는 할 말이 목을 쿡쿡 찌른다. 아직도.



거짓말하고 싶다
내 눈은 늘 젖어 있고
나는 개 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캄캄한 새벽
짖어대는 개들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금붕어처럼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고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한다고
벽에 이마를 대고 말하고 싶다²





황강록, 검고 푸른 날들¹

박연준, 예감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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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Dessert 합작

http://cafe.naver.com/writiescollabo/1081






[ 안 돼. 꼭 거기에서. ]
[ 에클레어몽블랑마카롱!!! ]

 흑발의 여자가 끝없이 울리던 핸드폰을 탁 닫는 모션을 보인 것은 - 아마 폴더폰과 헷갈린 듯 싶지만 -
그 때였다. 액정에 진하게 남은 지문을 대충 문질러 주머니에 넣으며, 반대쪽 주머니에서 꺼낸 종이 한 장이 구겨져있다. 딱히 내키지 않는 표정이 앞의 간판과 구겨진 종이를 번갈아 바라본다. 가게 이름은 그의 눈에는 글자라기보단 그림으로, 과도하게 흘려쓴 문양의 형태와 자그맣게 실린 지도로 겨우 찾아낸 게 막 삼 분 전의 일이었다. 제발 제대로 된 인쇄체로 가게 이름을 적어. 빼곡한 글씨 중에서 찾아낸 홈페이지 주소는 부푼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던 게, 아주 잘 쳐줘도 그 글씨는 'loveforyourdream' 정도의 긴 글은 아니었던 거다. 그래도 그게 뒷부분이 'dream'일 거라는 추정을 기정 사실로 만들어준 것은 다행이었다. 무슨 외국어 읽는 것도 아니고. 그 와중에 영어는 외국어가 맞다는 공연한 상식은 어쨌든 중요한 건 아니다.

 문자가 더 온 것 같지만, 봐서 뭐하느냐는 맘으로 여자는 또 멀뚱히 서서 가게 외관을 훑었다. 샛분홍에 하얀색으로 음... 드림. 유리 진열대에는 뭐가 주르륵 놓여있고, 손에 쥔 것과 같은 전단지가 두어 개 붙어있다. 그리고 지나치게 눈에 띄는 'open'. 어느 것도 마뜩잖으나, 적어도 온 이상 문을 밀어보는 것 정도는 해야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라도 자연스럽게 민 문이 사실은 'pull' 이었다는 돌발 요소는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거다.



 유리 너머로 분홍색 앞치마를 맨 직원이 다가오더니, 가볍게 문을 밀어 열었다. 들어오세요, 가벼운 인사지만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부탁처럼 들릴 수가 없다. (제발 그만 헛짓거리 하고 이제 좀) 들어오세요. 그는 불필요하게 전단지 구김을 펴며 최대한 머쓱한 티를 숨긴 채 직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계산대에 자리를 잡은 직원은 대단하게도 아직 미소를 띄우고 물었다.

- 손님, 뭐 찾으세요?
- 그... 에클레어몽블랑마카롱?, 이요.

 이해는 못해도 기억력은 좋은 그였다. 모르는 말을 옮길 때는 변형 없이 그대로, 적당히 빠른 속도로 하면 반은 된다는 건 그의 경험이었고. 뒤에 마카롱이 붙었으니 무슨, 에클레어몽블랑 맛 마카롱일 거라는 확신 반 무념무상 반의 게으른 추측이 머리를 스친다.

- ...네?

 다시 한 번 천천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오랜만의 낭패다. 그는 침착하게 마카롱 주문 외우기를 뒤로 밀어두고 앞의 칠판에 적힌 글을 빠르게 읽었다.

[ 오늘의 메뉴: 사과 타르트. 전단지를 들고 오시면 20% 할인! ]

- 어, 일단 사과 타르트 주세요.

 요구받은 건 차근히 더해나가기로 하고, 그는 꼬깃한 전단지와 만 원 한 장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이번엔 다행히도 평범한 계산이 돌아오고, 직원은 조금만 기다리라며 주방으로 사라졌다. 아. 진열대에서 골라 집는 게 아닌가... 거슬러 받은 몇천 원을 손에 쥔 채 그는 주변 아무 의자에나 걸터앉는다.

 일이 분 지났을까, 주방에서 나온 건 아까의 직원이 아닌 사복의 깡마른 여자였다.

- 이쪽이 손님이신가? 저는 사장이구요,

 호탕하게 웃으며 계산대를 치는 소리에 앉아있던 그의 몸은 반사적으로 움찔 움츠러들었다. 사과 타르트를 시킨 거지 사장을 시킨 건 아닌데. 도리에 맞게 일어나 다시 계산대 앞에 서긴 했지만.

- 사과 타르트를 주문하셨네. 뭐, 단 것 좋아하셔요?
- 좋음보다 싫음이 좀 더...
- 엥, 그럼 주문하신 이유는? 저희 사과 타르트를 보니까 갑자기 당겨서?

 그는 기세에 눌려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장을 바라보았다. 사장은 뜬금없는 등장도 그렇고, 마치 가게에 어울리지 않아서 숨겨져 있었던 것 같았다. 가게 분위기를 그다지 맘에 들어한 건 아니지만 여기에는 어떻게 중도가 없지. 대충 웃음으로 흐지부지 넘기려는 그를 사장은 아직도 답을 기다리는 듯 바라본다.

- 그냥, 애인이 좋아해서요.

 괜히 그 말을 한 걸까. 사장이 눈을 지나치게 빛내며 감동받았다는 듯 오묘한 소리를 내는 바람에 그는 또 사장과 조금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 이렇게 말 없는 사람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내가 다 설렌다~. 디저트 더 챙겨줄게, 다 가져가요. 손님이 일 등이야.

 무슨 일 등, 하고 반문하기도 전에 사장은 이것저것 개별 포장된 디저트를 한 아름 안겨준다. 이거는 뭐, 그거는 뭐, 읊어주는 이름들에 에클레어몽블랑마카롱이 들어있어 거절하려다 말고. 
 
 무거운 봉지를 들고 나가는 뒷모습에도 사장의 부담스러운 눈빛이 꽂히는 것 같았다. 부디 애인이 여기 디저트 맛있다고 하지 않기를, 그래서 다시는 올 일이 없기를... 그런 걸 바라기에는 그의 눈에도 디저트들은 근사해보인다는 게 문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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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 관전자의 무제

2017 2019. 11. 7. 12:30

소년소녀 앞을 향해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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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eari9947.wixsite.com/boygirltowardfront/blank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꾹 씹어 내뱉는 말은 치아가 잇몸에 전달하는 아픔만큼 진중하지는 않다. 새로운 관습이 낡아간다. 세뇌가 어떻게 보면 우리끼리의 마약일 수가 있다.


 통행용이 아닌 철재, 땅이 가늠되지 않는 드높은 곳에서 우리 겁먹지 않았다는 듯 걷는다. 가는 다리 서너 쌍 그을린 자국을 부르고 싶었다면 문신이라 명명했을 지도 몰랐다. 타투이스트 손이 꺼멓고 고의가 없다. 무시가 때로는 지금의 법이라고. 형태가 남은 구조물에 불 밝히고 온전한 통조림 때 낀 손톱으로 틱틱거린다. 대여섯의 숨결 어떤 것도 말을 하지 않고, 애처로운 목소리가 애처럼 가장 큰 글씨만 읽는다. 친환경이라든가 무농약이라는 단어는 어느 세대부터 의미를 잃었더라.

 생선의 뼈는 텁텁하기보단 마그네슘이다. 삼시 세 끼가 이지러지건 말건 존재하며 앉아있는 다리들. 이따금 부시식 솟는 불꽃, 차가움을 말한다고 전하는 이 없다. 모두 불타 없어지길 손 모아 비는 철판이 어떤 거대한 기계에서 떨어져나온 것이라는 걸 기억하는 이 없고 기록도 없다. 불탄 것은 오래 전이다. 잡지고 책이고 종이고 알량한 체온을 위해 불살랐으나 차가움이 다가온다고 한 발 너머 본 이 없었다. 주먹으로 탕탕 쳐 길을 내고 앉아, 지워져가 읽을 수 없는 로고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은 언제쯤 끝장날텐지 모른다. 머리 위로 무너져내리는 철근은 어느 가르치려 드는 자식도 대처해보려는 의지가 말랐다. 말없는 도시 바라보며 후드티 소매로 대충 얼굴 검댕 닦아내는 조그만 심장이 자그마치 몇 개인지.


 쾅. 편의점 창고 문이 비틀리고 그것은 어수선한 안과 어울린다. 창고에 뭐 더 있어? 아니. 벽이 있으면 기대고 앉는 흠집난 손들이 맞잡아대는 게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전염병. 아, 진짜 과자 그냥 원없이 먹어봤음 좋겠다. 그 때 말했던 그 과자랑 다른 거 하나 없는 과자 조각들이 타일 바닥에 종류별로 널려있다. 저러면 벌레 올 텐데. 그러면 우리들만이라는 생각도 위로할 수 있겠지. 더러운 옷가지와 살덩이들이 껴안는다. 서로를 위해 죽으려는 마음은 한 톨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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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비고록 悲顧録

2017 2019. 11. 7. 11:59

나는 매일 밤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꿈을 꿔요 합작

http://cafe.naver.com/writiescollabo/1069

https://writingsummer.wixsite.com/dreamingnight/blank







안녕히 주무세요, 선생님.

 그 말 전하고 돌아서는 매번이 제 유언이고 사인이었습니다. 불가피하게 마주한 뒷켠의 숨 없음이 그리도 서늘합디다. 수많은 일꾼 데려다 복도 닦게 하면서, 그렇게 한 번이라도 복도의 길이를 가늠해본 적은 있으십니까. 급하게 적습니다, 선생님. 멀미가 나고 삶이 아득할 때야 글이 써지는 것이 과연 선생님 말씀대로입니다. 깊이를 아셨는지는 몰라도.

 달칵 소리가 줄곧 달콤한 종소리입니다. 저 편은 어떤지 아십니까? 온통 어둠에 꽃향기 피어나는 게 어찌나 사람을 구렁텅이로 밀어넣는지는 아십니까. 발걸음 뗄 때마다 존재치 않을 조문객의 옷깃이 정말 보기라도 한 것처럼 스칩니다. 심장만이 저를 묶어두고 이 두 눈깔은 너머만 좇지요. 아름다움에 눈이 뜨이면 마음이 따라가는 것은 응당한 일입니다. 삶의 경계선에 갖가지 설탕물 발라두고선, 무릎 꿇어 오열할 때마저 입이 쓰게 만드는 것이 선생님의 신입니까? 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르십니다. 저의 문학은 미지의 철학이지요. 그리하여 선생님은 여전히 선생님으로 남아계실 수 있습니다. 답이 없는 것이 문학의 매력이라 황홀하게 말씀하시는 것이 실은 저를 질근질근 죽이고 있던 거라 감히 고백하면은, 비유적으로 박수치고 기뻐하실 걸 압니다. 스승 항상 잔인하셨습니다. 옛 현인의 단어에서 길을 잃는 일이 잦아진 지 실은 꽤 오래되었으나 이것 또한 진지하게 논의되어질 것은 아니지요.

 낡은 린넨이 스치는 소리가 귀에 수 번을 맴돕니다. 무미건조는 자꾸만 두손 두 발을 들고 내 오래된 병을 잠을 위한 땔감으로 쓰는 일에 정신이 지칩니다. 선생님, 눈 크게 뜨고 똑바로 제 방 보십시오. 생명 위협할 것이 이리 많습니다. 발 편히 쭉 뻗는 게 두렵고 나약합니다. 불온은 한 겹 벗어진 찬 발을 끌어당길 기회만을 봅니다. 덜컥 젖어드는 눈가에 울화가 치민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복도 저 멀리의 선생님.

 그러나 이 모든 걸 그저 아늑한 침대에 재우는 건 또 못할 짓이더군요. 아기처럼 자는 이는 아기처럼 우는데, 아기처럼 자니까 결코 깨나지 못하는 비극은 단순히 겁에 질린 옹알이입니까. 걷잡을 수 없는 태어남은 거꾸로 불행과 더러운 꿈 방울을 잉태하고 그 벽에 갇혀 방황하는 장황한 이야기가 매일 밤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 불 밝히고 정신 다잡아도 언뜻 놓치면 떨어지는 게 끝도 없습니다. 흰 거리를 오가기도 하고 지나치는 검은 얼굴들이 응시하는 눈빛은 저를 뚫고 순간순간이 계단 오르는 이가 뒤로 나자빠지는 중의 중력입니다.

 선생님. 끝 없이 늘어놓다보니 또 고비에 도달했습니다. 몇 초 빠져든 형상이 날카롭습니다. 이에 먹히면 또 어떻게 저는 좀먹는지요. 글이 턱턱 막힙니다. 제게 숨을 불어넣은 글은 또 어찌 되나요. 단어 하나씩 나아갈 때마다 절망입니다. 이럴 때에만 언어는 솔직하군요. 실은 선생 몰래 헤쳐나가는 데에 대단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 실력 변변치 않아 이런 데에나 대단하다는 단어의 획 긋는 게 이젠 웃음도 나오지 않습니다. 헤쳐나가는 것이지요. 한 치 앞이 예리한 칼이라니요. 꿈도 미지의 글을 닮은 모양입니다. 이것을 알아가려면 기어이 저는 꿈에 끌려가야 합니까.

ㅡ ...

 지나치게 달디 단 것처럼 걸쭉하니 덩어리 져서는 목구멍을 막아서고 어느 쪽 오고 갈 생각 없어 눈이 핑 돌고 뜻하지 않게 오늘 저녁의 메뉴와 조우하게 되는 일상의 순간을 아십니까 차가운 나무 나룻바닥 짚어선 쥐어짜진 눈물 서둘러 뚝뚝 흘리며 정제되지 않는 숨 속에서 강박적으로 음식의 맛을 뇌까리는 저의 등짝은 혹여 아실는지요 오늘은 브로콜리 감자 버섯 감자 마늘조금감자 감 자 감자 눈물너머일렁이는고작몇시간전을쥐어짜고싶은건아시는지요. 눈이 좀처럼 감기지 않습니다. 병원이 좋겠습니다. 저를 묶어두고 자잘한 손뼈를 꺾는 병원이 좋겠습니다 선생님 부디 펜대는 꺾지 마옵시고







 기록합니다.


 3분 쉬었다가 기록합니다. 잠시만 시간을.






 
 꿈답게 연관성 없이 행복한 우연이었으나 다만 잔혹했습니다. 손목이 여즉 화끈거립니다. 수천 번은 썰리고 갈리고 목이 쉬었는데 혹 선생님은 듣지 못하셨는지요. 듣지 못했는데 종이 위의 잉크자국은 잘도 처보시는지요. 선생이 문법에 맞게 가르친 비속어입니다. 떨며 사전 필사하는 몸이 어질어질 그날 밤이면 백이면 백 죽었던 것을 두고 욕지기를 쓰지요. 밤새 몸부림친 침대 위의 침구 흐트러짐이 햇살에 비추어보면 우스울지 몰라도 살인 현장이란 말입니다. 흩뿌려진 피가 문득 보면 잉크라서 그 날은 또 만년펜 한 손에 들고 덜덜덜 덜 땀에 자꾸 손에서 미끄러집니다. 삶의 희망에서 또 미끄러지더랩니다.

 선생님, 어찌되었간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날 밝고 또 뵙겠습니다. 또 부질없는 배움을. 안녕히 주무십시오. 자겠습니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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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투고 합작

http://cafe.naver.com/writiescollabo/1061

http://unnamedup.creatorlink.net/forum/view/21615

웹페이지 오류가 영원히 고쳐지지 않아......영원히.......

이런 저주받은 합작을 열어서다.......






[공유] 내 친구가 모르는 사람이야

작성자 | 런런219 (gm451e)




 지금 진짜 혼란스러워서 미치겠어 내가 이상한 거야? 머리 어지러우니까 좀 쓸게 읽어봐줘...



 그 사실이 갑자기 번뜩 생각난 건 고작 그제야. 토요일이니까 느지막이 일어나서 게임하면서 간식 먹고 있었어. 핸드폰 옆에 두고. 일어나자마자 게임한다는 게 좀 한심하긴 했는데 내 친구는 거의 매일 하거든 ㅋㅋ 생각난 김에 걔 접속해있나 확인해봤더니 왠일로 없더라. 그래서 같이 게임하자고 문자 보낸 다음에 나 혼자 몇 판 했지.


  근데 한참 답이 없어. 게임 아니면 핸드폰만 붙잡고 있을 앤데 왜 이렇게 늦지? 보냈는데 내가 수신음 못 들은 건가? 싶어서 문자를 확인해봤는데 이상한 거야.


 없는 번호라서 발송이 취소되었대. 


 오늘 새벽까지도 떠들던 기록이 그 알림 위에 보이는 건 참 어색한 광경이었어. 이름 옆에 붙인 하트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보내기를 눌러봐도 일이 분 소모하다 똑같은 알림을 띄워. 얘가 번호를 바꿨나. 사실 맨 처음 드는 생각은 그거지. 뭐 바꿨으면 곧 나한테 새 연락처를 주겠거니, 평범하게 넘기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았어.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대화 내용만 보고 이름은 잘 눈여겨보지 않는 법이잖아, 그렇지?

 더 이상한 게 뇌를 스쳤어. 더 정확히는 입으로 생각 없이 읊고 있던 게. 


 핸드폰을 다시 켜서 문자를 들어갔어. 번호도 어제 문자한 내용도 확인했고. 다 똑같은데, 하나를 전혀 모르겠는 거야.



 이 이름 뭐야?


 정말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 상단에 쓰여져 있었어. 내 친구 이름은 꽤 특이한 편이고, 그래서 누구랑 헷갈릴 일도 없어. 내가 수정한 것도 아냐. 예를 들어 내가 기억하는 대로가 여니♡ 라면, 그 때 저장된 이름은 희야♡ 같은 느낌으로,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이 바뀌어져 있었어. 물론 내 친구 중에는 희야라고 불리는 애도 없었고.


 꺼림칙한 기분에 잘 하던 게임도 오늘은 그만 끄고 싶었어. 나가려고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는데, 내 친구가 접속했다는 메시지가 뜨는 거야. 순간 마음이 가라앉더라고. 걔한테 바로 번호 바꿨냐, 얼른 알려달라고 채팅을 했어. 근데 돌아온 답이,


 네?


 저 한 글자에 다시금 소름이 끼치더라. 설마, 장난이겠지 싶어 왜 모른 척 하냐며 자판을 쳐. 몇 번이나 오타를 내면서. 그런데도 친구는 계속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굴더니 결국엔 나를 차단하는 거야. 


 몇 분간 멍하다가, 컴퓨터를 끈 채로 무언가에 이끌리듯 집을 나왔어. 걔 집은 우리 집에서 5분 거리니까, 이건 맞겠지. 이건 기억하고 있겠지. 받지 않는 전화를 걸며 걔 집으로 달려갔어. 맞닥뜨린 건 굳게 닫힌 문, 쌓인 먼지. 문 손잡이를 돌리니 끼릭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였고.


다급하게 걔를 아는 다른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니까, 전 이름은 모르고 바뀌어진 이름을 대니 알더라. 이사를 갔고 번호를 바꿨대. 그럼 그렇지. 이런 꿈같은 일이 일어날 리가. 바꾼 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모르냐며 의아해하는 친구들은 일단 무시하고, 안심하며 애들에게 받은 새 집 주소를 찾아가봤어. 멀지 않은 곳이더라고. 문을 두드리고,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걔가 나오면 웃으면서 한 대 때려주려고나 했지.


 근데 거기서 생판 모르는, 내 또래의 여자가 얼굴을 내밀면 너네는 어떡할 거 같아? 


 


...무례할 지도 모르지만 그대로 말도 못하고 뛰쳐나와 버렸어. 누구랑 같이 사는 것도 아니야. 애들에게 물어보니 내가 본 파란 염색의 긴 생머리가 걔 맞대. 검은 단발이 언제 그렇게 되는데, 걔 성형 수술이라도 했대? 핸드폰 꼭 쥐고 달리는 내 손에서 진동이 와. 받으니 전혀 모르는 목소리가 내 이름 부르면서 자기가 희야래. 왜 뜬금없이 도망가느냐면서 웃는 소리가 들어본 것들 중 가장 해맑고 섬뜩해. 끊었어. 마침 다다른 집에선 그날 내내 못 나오겠더라. 더 무서운 건, 뛰어올 때 왔었던 그 사람의 번호가, 이미 저장되어 있었다는 거. 희야♡. 그럼 아까 문자 보냈던 번호 이름이랑 겹치잖아?


 ...아냐, 희야 전 번호라고 바뀌어져 있었어.




 그 날 이후로 무서워서 못 참겠는데, 친구들이 평범하게 대해서 오히려 내가 이상한 건가 싶어질 지경이야. 걔는 내 친구인 건가?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가? 그 전의 일들이 모두 내 망상인가? 글 쓰는 지금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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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딛는 발의 면적만큼이 거짓말이었다. 나의 나아감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통증은 기분에 따라 금방 나았고 몇 번은 산 정상에서 굴러 떨어뜨리기도 했다. 전치 삼백 육천 구십 이백 만 주 입이 뱉어내는 감정이 그것이라면 그것인 게 말하고 나면 행복했거든요. 갈무리하다보면 썩어 문드러질 것 천지라 거름으로 좀 주면 좋을까봐 이렇게 적다보니 내 목이 이리 내걸렸고요. 저는 글쓰기가 부족합니까? 현관 불을 끄고 오는 새에 또 멀찍이 앞서간 감정이 나는 낯설다. 감정도 낯이 있다. 낯이 설고 서러워 죽겠어서 분을 찍어 바르는데 나는 항상 검은색을 고르거든요. 얼굴짝 송장처럼 보이는 걸 봐서 감정은 원래 육체의 주인이 아닌 모양입니다. 좋을 대로 웃고 떠들다 한밤중에 문득 소리 지르며 벌떡 일어나면 거실 한 가운데고 혼자고. 발치의 다 먹고 나뒹구는 치킨 뼈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 삼켜도 죽을 것 같다. 먹었나? 네 저 먹혔습니다. 분노와 슬픔(주인님이심)은 오늘따라 온화하시네요. 감사합니다 라고 무기력이 말했습니다.



Posted by v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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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은 손톱이 목에 자꾸 걸리는 게 자꾸 신경 쓰이고 때로는 목을 죄어오고 그렇다. 말을 아끼게 되어 나쁘지가 않다. 이만큼 내 손가락이 (처)떠들어댈 수 있는 걸 안 순간부터 줄곧 톱밥이나 (처)먹고 싶었는데 아무튼 저주스러운 조각조각이다. 화를 종이에 풀어대는 게 너저분하긴 한데 어떤 내 안의 좆같은 새끼가 막 단어를 막 못 쓰게 막고있어가지고 아무튼 개같은 자식이다. 과격함을 아는 외국어가 욕지거리랑 내 머리 꼭대기에서 왔다갔다 줄넘기 돌리고 그러는데 문자를 잊어서 언어와 이어지지 않는다. 이기적이고 참 자기 잘나신 내가 이 순간에야 난독 해결의 편의를 갈구한다. 손가락이 통통하게 익어간다 톡 건드리면 라즈베리

...파이를 먹고 싶은데 마땅 이전에 아예 없다 場所。이게 뭐냐면 되게 좋은 사전 덕인 건데 한 획씩 옮겨적을 때마다 병적인 세포가 머리를 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4 [癎疾] [간ː질] [명사] <의학> ‘뇌전증’의 전 용어. 병을 배워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존나게 좀먹는데요 피가 라즈베리 맛이면 차암 좋겠다 그리고 좀벌레 좀 썩 꺼졌으면 매우 훌륭하겠다. 아 연필심 부러졌으니까 저 먼저 꺼지겠습니다 안녕 !     빡쳐서 소리 지르느라 목이 다 쉬었어 어카냐       에엥 그럼 죽어~

 일어났다 누웠다 벌떡벌떡하는데 시선은 파이에 쑤셔박고 싶어요 어떤 새끼가 자꾸 맛있다고 하는데 아 왜 안 꺼졌냐고요... 우리 사이끼리 왜 이래 다들 화들짝 발병하는 거 알잖아요? 걸어둔 전시용 정신이 자꾸만 추락하고 밑이 빠진다 이런 게 끌려들어가는 느낌이구나 하고 뜬금없이 예고 없이 우물 속 물귀신이랑 짝짝꿍 하기도 하고요 그것은 그래 갑자기 화가 나는데 화가 난다는 표현이 화나고 이 시발 빡 돈다는 표현이 저급한 새끼들에게 쓰일 걸 생각하며 어울리면 귓구녕과 목구멍이 참 가렵기도 해. 내 몸뚱아리를 감싼 천의 가격과 개처럼 주워 먹은 과자의 소비자권장가격이 야 참... 존나 근지러우니까 암튼 너나 나나 그거 말하기 그만 합시다 너도 알지요? 우리 손톱이 얼마나 억센지 얼마나 우리의 몸 다운지, 어찌나 그런지 나도 방금 글로 써두고 알았다. 벅벅 긁으며 내일은 (오늘은) 일어나서 요정 인어 기어나오는 태초의 호수같은 거에다 몸을 던져버려야지 하는 그날 아침에 보거든 너스레인 것을 밤에다 던져놓으면 활활 잘 탄다. 시발 혹시 내가 늑대인간이세요? 인간은 왜 이렇게 설계되었는지 곱씹으면 씹을수록 질 나쁜 닭모래집같고 그 고기에는 모래가 없다손 쳐도 버석버석하는 게 수분을 잃은 나같다. 맞다. 수백 년 동안 울지 않았다. '한 번 울면 나아져' 의 건너건너 미래에 아 흑흑 시발 내가 이렇게 일케 해야지 다 괜찮아 하... (눈물 닦으며 잔잔한 미소를 띄고 천장 봄) 이 유행을 다 지난 탓이다. 시발 내가 그 기분 얼리어답터입니다. 오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할게요 마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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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지 이 년 째인데 여전히 상황 파악이 되지않는다. 저기 여보세요. 붙들은 전화가 울려퍼뜨리는 음성은 종종 피로 물들어 있어 그다지 답하고 싶지 않지만. 상식으로 분해되지 않는 두통이 구식 수화기에 붙들려 있다. 아스피린으로도 잘 떼어지지 않겠다. 뉴스는 전혀 나의 환경에 있지 않던 일들을 생뚱맞게 전해온다. 외계를 말로만 접하다 귀로 접하니 공기 한 웅큼도 차고 역하더라.

 그래서 나의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 되었던지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이에게 물었더니 그 사람은 고개를 갸웃이더니 주억이더니 불현듯 나를 때린다. 아니 갑자기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이 자식이 근데 그 사람 손이 너무 붉어서 너무 새빨개서 뺨에서 피가 주르륵 흐른다. 누구세요? 내가 물어도 당신은 어차피 영문을 모르겠지만 나는 침묵의 밀도 가득한 단어로 더 이상의 의문을 간신히 막아낸다. 강가로 도망와서 가둬둔 생각 흘려내니 그 사람이 너였잖아요 그런데 근데 뭐... 모르니까 됐지 근데근데 왜 여기 있는 거예요 그것보다 나는 얼굴만 보고 사람을 아는 거란 걸 이제 알아서. 그게 좋아하든 어쩌든 똑같다는 걸 알아서 이 년 전처럼 머리가 좀 아프네요.

 아무튼 토할 것 같고 실성 나오고 덩어리져서 비집고 나오는 감정과 사랑은 소포처럼 묶어두고

 달려들듯 끌어낼 것처럼 매달린 벽은 손톱에겐 너무 추웠어요 대나무발 깐 바닥은 무릎이에겐 너무 가혹했습니다 그러다 아하...... 쓸데 없어서 갑자기 정좌하고 앉았다. 속죄를 속보에 내보내고 있다. 이제 누군가 다급한 발길로 문 벌컥 열고 호들갑 떨어줄 때가 되었는데 자꾸 까먹네. 너무 손 빨개서 피가 나는지 알려면 질척한지 손끝으로 더듬어봐야 하는데 그럼 너무 야하잖아요 고통이 없는 건 마이너스지만. 시발은 아파야지. 좌우간 좌우 손 더듬더듬 어딜 만져 개자식이 아니 내가 내 손 더듬는다잖아... 이건 자위인가? 무언가 물기가 땀인지 피인지 모르겠어서 뚝 흘려봐도 뭐든 빨가니 원. 나는 오 년째 멍청한 것인가






이때가 정병max같지만 오히려 이때는 ㄱ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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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거짓말이야. 많이 좋아하게 됐다는 말을 단 사탕이라도 되는 양 입에서 도록도록 굴려보고 싶었어. 양심은 참 오랜만에 맵다. 이럴 때는 눈을 마주하지 않는 게 좋아. 재난을 자초하는 건 쉽고 발 걸려 넘어지는 건 잦지. 그래도 넘어질 땐 꼭 얼굴로 떨어지도록 해. 눈알 그 터질 것만 같은 거 쥐고 오도가도 못하지 말고, 안절부절 못하지 말고. 언제든 정신 사리지 않도록 해. 퍼주어야 없어지니까. 얘, 그게 있으면 추락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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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心を使っている

2017 2019. 11. 7. 11:29



선생님.


 백 번이고 천만 번이고 에이 모르겠다 툭툭 튀어나왔던 말이 이제야 아득하다. 어리석은 음의 목소리가 나를 벼랑으로 밀어 떨어뜨린다. 뒤로 주춤거려 떨어지려 당신의 품에 떨어지려 해봐도 넘어질듯 공허한 뒷걸음만 걷는다. 이것은 슬프다. 나는 화난 표정을 해보였다. 아니, 화난 표정 했다니까. 선생님. 치기에 달아올라 뱉은 말이 뜨거워 제 몸이 불덩인 걸 알았다. 불 끄지도 못하는 의미없는 물이 뺨을 흘러내린다. 나는 뺨이라는 단어가 참 싫었지. 햇복숭아처럼 솜털 보송한 발간 뺨. 그 단어는 나를 수십 번은 손톱으로 꾸욱꾸욱 눌렀다. 애석하게도 실체하는 손톱은 내 것밖에 없었으니까 손바닥에 손톱 자국 새길 뿐이었지만. 따가워. 분명 당신이 내 뺨 어루만지는 건 가혹하게 따가웠다. 정전기같은 톡 쏘는 따가움이라면 사랑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었을테지. 정말이지 짓고 싶지 않았던 언짢은 웃음으로, 아, 하지 마요. 그 일로 나는 내 웃음소리를 자꾸 되씹게 되었어.

 그, 편하게 좀... 뭐를, 자꾸? 뭘 자꾸 편하게 해달래. 나는 초콜릿 두손 가득 퍼담았고 당신 서랍에는 oo레터가 넘쳐났고 날짜의 농간에도 순순히 놀아나 고백까지 해주었지. 이제와서 불편하다 하면 나는 갈 데가 없어. 선생님, 이러면 가버릴 거야. 이게 최선의 거짓말이지.

 선생님. 그 다음 말도 모르고 막연히 어미 부르듯 본능을 토해놓으면 온갖 감정 또아리 틀 빈 껍질말고는 뭐가 남느냔 말이야. 구태여 등을 보여주는 건 내 등 참 넓지요, 당신이 기대기에도 딱 좋아 그런 멍청한 말 이상 뭐가 있느냐고. 순간의 질책은 마음을 긋고 아니야 연필로 사랑해요라고 쓰고싶도록 남은 자국까지는 아냐. 그러려면 내 죄책은 당신을 아끼고 사랑함을 향해야겠지. 그건 아니야. 당신 마음이 얼마나 흑심을 품고는 상관이 없는 일이야.¹ 모두 지능을 까먹었고 때로는 엉뚱한 상대 앞에서 호흡법을 까먹어. 들숨날숨 잊으면 죽음을 맞지 왜 외람된 키스에 가서 멎지, 나는. 마이너스 일 더하기 영은 마이너스인데. 로망스와 로맨스에 세뇌된 뇌는 서로 숨을 깎아먹으면서도 기뻐해. 아이러니지, 거기, 웃지 말고. 선생님. 좋아? 나도 좋아 죽겠어. 그래. 좋아 죽겠네. 숨이 모자라면 약속한 듯 마음을 돌려줘. 과호흡인 채로 마주나 하고 바다에서 불에나 타죽어야지.










¹ 나는 연필이었고, 그래서 흑심을 품고 있었다. 
당신 마음에 "좋아해요"라고 쓰고 싶었지.
|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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