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Dessert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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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돼. 꼭 거기에서. ]
[ 에클레어몽블랑마카롱!!! ]

 흑발의 여자가 끝없이 울리던 핸드폰을 탁 닫는 모션을 보인 것은 - 아마 폴더폰과 헷갈린 듯 싶지만 -
그 때였다. 액정에 진하게 남은 지문을 대충 문질러 주머니에 넣으며, 반대쪽 주머니에서 꺼낸 종이 한 장이 구겨져있다. 딱히 내키지 않는 표정이 앞의 간판과 구겨진 종이를 번갈아 바라본다. 가게 이름은 그의 눈에는 글자라기보단 그림으로, 과도하게 흘려쓴 문양의 형태와 자그맣게 실린 지도로 겨우 찾아낸 게 막 삼 분 전의 일이었다. 제발 제대로 된 인쇄체로 가게 이름을 적어. 빼곡한 글씨 중에서 찾아낸 홈페이지 주소는 부푼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던 게, 아주 잘 쳐줘도 그 글씨는 'loveforyourdream' 정도의 긴 글은 아니었던 거다. 그래도 그게 뒷부분이 'dream'일 거라는 추정을 기정 사실로 만들어준 것은 다행이었다. 무슨 외국어 읽는 것도 아니고. 그 와중에 영어는 외국어가 맞다는 공연한 상식은 어쨌든 중요한 건 아니다.

 문자가 더 온 것 같지만, 봐서 뭐하느냐는 맘으로 여자는 또 멀뚱히 서서 가게 외관을 훑었다. 샛분홍에 하얀색으로 음... 드림. 유리 진열대에는 뭐가 주르륵 놓여있고, 손에 쥔 것과 같은 전단지가 두어 개 붙어있다. 그리고 지나치게 눈에 띄는 'open'. 어느 것도 마뜩잖으나, 적어도 온 이상 문을 밀어보는 것 정도는 해야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라도 자연스럽게 민 문이 사실은 'pull' 이었다는 돌발 요소는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거다.



 유리 너머로 분홍색 앞치마를 맨 직원이 다가오더니, 가볍게 문을 밀어 열었다. 들어오세요, 가벼운 인사지만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부탁처럼 들릴 수가 없다. (제발 그만 헛짓거리 하고 이제 좀) 들어오세요. 그는 불필요하게 전단지 구김을 펴며 최대한 머쓱한 티를 숨긴 채 직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계산대에 자리를 잡은 직원은 대단하게도 아직 미소를 띄우고 물었다.

- 손님, 뭐 찾으세요?
- 그... 에클레어몽블랑마카롱?, 이요.

 이해는 못해도 기억력은 좋은 그였다. 모르는 말을 옮길 때는 변형 없이 그대로, 적당히 빠른 속도로 하면 반은 된다는 건 그의 경험이었고. 뒤에 마카롱이 붙었으니 무슨, 에클레어몽블랑 맛 마카롱일 거라는 확신 반 무념무상 반의 게으른 추측이 머리를 스친다.

- ...네?

 다시 한 번 천천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오랜만의 낭패다. 그는 침착하게 마카롱 주문 외우기를 뒤로 밀어두고 앞의 칠판에 적힌 글을 빠르게 읽었다.

[ 오늘의 메뉴: 사과 타르트. 전단지를 들고 오시면 20% 할인! ]

- 어, 일단 사과 타르트 주세요.

 요구받은 건 차근히 더해나가기로 하고, 그는 꼬깃한 전단지와 만 원 한 장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이번엔 다행히도 평범한 계산이 돌아오고, 직원은 조금만 기다리라며 주방으로 사라졌다. 아. 진열대에서 골라 집는 게 아닌가... 거슬러 받은 몇천 원을 손에 쥔 채 그는 주변 아무 의자에나 걸터앉는다.

 일이 분 지났을까, 주방에서 나온 건 아까의 직원이 아닌 사복의 깡마른 여자였다.

- 이쪽이 손님이신가? 저는 사장이구요,

 호탕하게 웃으며 계산대를 치는 소리에 앉아있던 그의 몸은 반사적으로 움찔 움츠러들었다. 사과 타르트를 시킨 거지 사장을 시킨 건 아닌데. 도리에 맞게 일어나 다시 계산대 앞에 서긴 했지만.

- 사과 타르트를 주문하셨네. 뭐, 단 것 좋아하셔요?
- 좋음보다 싫음이 좀 더...
- 엥, 그럼 주문하신 이유는? 저희 사과 타르트를 보니까 갑자기 당겨서?

 그는 기세에 눌려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장을 바라보았다. 사장은 뜬금없는 등장도 그렇고, 마치 가게에 어울리지 않아서 숨겨져 있었던 것 같았다. 가게 분위기를 그다지 맘에 들어한 건 아니지만 여기에는 어떻게 중도가 없지. 대충 웃음으로 흐지부지 넘기려는 그를 사장은 아직도 답을 기다리는 듯 바라본다.

- 그냥, 애인이 좋아해서요.

 괜히 그 말을 한 걸까. 사장이 눈을 지나치게 빛내며 감동받았다는 듯 오묘한 소리를 내는 바람에 그는 또 사장과 조금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 이렇게 말 없는 사람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내가 다 설렌다~. 디저트 더 챙겨줄게, 다 가져가요. 손님이 일 등이야.

 무슨 일 등, 하고 반문하기도 전에 사장은 이것저것 개별 포장된 디저트를 한 아름 안겨준다. 이거는 뭐, 그거는 뭐, 읊어주는 이름들에 에클레어몽블랑마카롱이 들어있어 거절하려다 말고. 
 
 무거운 봉지를 들고 나가는 뒷모습에도 사장의 부담스러운 눈빛이 꽂히는 것 같았다. 부디 애인이 여기 디저트 맛있다고 하지 않기를, 그래서 다시는 올 일이 없기를... 그런 걸 바라기에는 그의 눈에도 디저트들은 근사해보인다는 게 문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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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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