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7 짧은 시간

2015 2019. 11. 5. 16:40

시각 합작

https://cafe.naver.com/writiescollabo/689






떴다. 깼다.
감았다. 붙을 리 없었다.
밖바람에 차갑게 데워져있었다. 날카롭게 흐리멍텅한 눈깔을 찔렀다.

새벽에 피가 났다.
네시 반이었다. 눈깔의 정확히 반이 흐렸다.
스친 것일까. 쪼갠 것일까.
온통 반토막나서 막 날아다녔다.

파랗다. 어둡다. 어둡지 않다.
누군가 전등을 켜지 않았던 모양이다.

눈을 눌렀다.
한 손으로 냉장고를 열었다.
붉다. 어둡지 않다.
전등을 켰나 보다.

떴다. 깼다.
전등을 켜고 사과를 먹었다.
뚝뚝 떨어지는 게 불을 사과를 더 붉혔다.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0719 긴 시간 of 단칼  (0) 2019.11.05
0709 방심하지 않는 옷은 어디 있는가; No  (0) 2019.11.05
0316 꽃아이  (0) 2019.11.05
0202 검은 방 Story of music  (0) 2019.11.05
0202 비가 그치고 난 뒤 Story of music  (0) 2019.11.05
Posted by vax
,

0316 꽃아이

2015 2019. 11. 5. 16:32

문제 속의 문장 합작

https://cafe.naver.com/writiescollabo/535




연꽃 같은 발(팔)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한용운, 알 수 없어요





바다가 있었다
도시에는

답지않은 한가와
밤과 새벽은 있었다

달아날 때 내가 달아날 때
꽃과 같이 되어라 아이야
흐드러지게 늘어진 꽃잎으로
너를 감싸안고 저 바다를 건너라

어리고 어려진 너의 목은
새벽이슬과 다름없이 끊어져 나를 본다

은은한 꽃방울이 터져
너를 너를 숨막히게 하게
그러려면 피로 아로새긴
연꽃같은 팔꿈치로 한없이 밟으려거나?

나를 물에 잠식해 주지 않으려니
싫어 그러면 왜 따라오는 건데
나는 달리고 밤거리 그 도로를

연꽃같은 팔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연꽃같은 팔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유릿장같은 중간 표면의 바다는
드디어 도시를 먹었다
그 위를 기어서 밟고다니던
피멍든 팔꿈치의 소년도

깨져버렸다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0709 방심하지 않는 옷은 어디 있는가; No  (0) 2019.11.05
0607 짧은 시간  (0) 2019.11.05
0202 검은 방 Story of music  (0) 2019.11.05
0202 비가 그치고 난 뒤 Story of music  (0) 2019.11.05
0201 절벽 Story of music  (0) 2019.11.05
Posted by vax
,



Story of music 합작

https://cafe.naver.com/writiescollabo





소년이 있었다. 검은 방이다. 칠흑보다 어둡고 절벽보다 아찔하며 상처보다 깊다. 여기에도 공간이라는 게 있는 걸까 싶은, 정신이 멀어지는 공간. 서있는 것만으로도 어지럽다. 숨을 쉴 수록 텅 빈 몸 속에 수없이 웅웅거리는 공기가 찬다. 게워내고 싶다. 앞이 아득하다. 이곳이 바닥인지, 천장인지, 혹은 벽인지도 알 수 없다.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소름끼치는 공기만이 소년을 끌어당기는 힘을 이리저리 바꾸고 있다. 발을 딛기는커녕 떼기도 두려워졌다. 고의로 여기 오게 된 것이 아니다. 여기, 작을 지 클 지조차 모르는 숨 막히는 여기에서 있고 싶지 않다. 무언지 판단도 되지 않지만 안다. 그냥 눈을 세게 감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알 수 있는 게 있다. 안다고 생각되는 게 있다. 여기 갇힌 건지도 몰라. 좀전의 무섬도 잊은 채로 어느 쪽으로 뛰쳐나간다.

나왔나? 여기 있기 싫어.

서있던 그곳과 지금의 '여기' 가 같다는 확신도 물증도 없다. 하지만 그것까지 의심하는 건 어찌됐건 '여기'를 절실히 빠져나가려는 의지가 없는 멍청이. 분간이 가지 않는 똑같은 장소, 다. 다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이 곳도 아까의  '여기' 와 똑같이 두렵다. 나가고 싶다. 아님 적어도 이 울려 퍼지는 초음파같은 게 없어졌으면 좋겠어. 귀가 아파, 머리가 아파, 아파….

총이 장전되는 소리다. 방금 정말 그랬다. 뭔가 있나? 무언가 있는 곳인가? 그리고 바로 번쩍거리고 휘황찬란한 반짝임이 - 빛은 어디에? - 나타나고, 엽기적으로 큰 총이 불쑥, 그려진 듯 생겨났다. 만화에 나올 것처럼 다채로운 데다가 그에 버금가게 번쩍거린다. 뒤이어 더 웃기게 작은 남자가 총에 어깨를 대고 걸어왔다. 점점 커지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분명 걸어오는 거다. 알고보니 소년이었다.

아, 그건 자기였다.

- 누구야?
- 나야.

그런다고 알 듯 싶으냐, 했다.

- 토할 것 같아?
- …조금.
- 거짓말. 아직 거짓말에 싸여있구나.

소년은 즐거이 웃었다. 모든 걸 다 알고 있어서, 알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웃음이었다. 그걸 보고 소년은 그 소년이 자기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 아까 뭐 쓰더라? 편지.

맞는 걸까? 누군가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보여진다면 끔찍할 편지였다. 그렇다면 이 녀석이 자신이라고 믿는 편이 낫다.

- 내일의 나에게 보낸다고. 그렇군. 근데 어쩌지. '내일의 나' 가 나고 '내일의 나' 는 죽어.
- 뭐?
- 말 그대로.

그럼 내 앞의 너는 뭐야?

- 당했다면 되돌려줘.
-
-
-
- 있지, 나는 살고 싶어. 너도 살고 싶어?

  이제껏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지 못하게 이해가 힘든 거였다. 소년의 입이 천천히 떨어지더니 이내 가득가득 차오른 답답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 영문 모르는 나를 어서 빼내줘! 차라리 그 총으로 날 꿰뚫어줘!
- 이 총의 윤기는 그 녀석들의 말들이야. 그게 닦고 닦아준 거야. 본인들이 손질해 준 걸로 시험당해본다고. 어때?

소년은 천연덕스러웠다. 미친 듯이 얄미워서, 총을 뺏어 쏘아버릴 뻔했다. 그러나 조금 생각해보니 그건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질투와 살의가 느껴질 정도로 편안해보이는 또 다른 소년은 내일의 본인 - 소년 - 이라는,

- 네 차례야.

속삭이다 못해 소년이 선 사방으로 스며들어 녹아들어 부추기고 있었다. 일러주고 있었다.

어떤 꼴이 되어서도 살아돌아와.
너의 마음은 너만의 것, 너와 내일의 너 - 지금의 나 - 의 것이야.
여기가 어두워? 여긴 너의 안이야. 생명은 반짝여야지만 생명이야.
내가 존재하기 위해 어제의 나에게 얘기하러 온 거야.

- 자, 이제.
- 할 수 있어. 할 거야.

다른 길도 없었다. 내일 죽는다면 그 어떤 것도 오늘의 나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을 것.

- 죽여.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0709 방심하지 않는 옷은 어디 있는가; No  (0) 2019.11.05
0607 짧은 시간  (0) 2019.11.05
0316 꽃아이  (0) 2019.11.05
0202 비가 그치고 난 뒤 Story of music  (0) 2019.11.05
0201 절벽 Story of music  (0) 2019.11.05
Posted by va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