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았다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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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았다. 아침부터 죽 피곤하던 참이었다. 적당한 복작함이 있는 교실에선 모두가 잘 자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나른함이 포근하게 감싼 몸의 위로 열 시의 좋은 바람과 벚꽃이 분다. 봄의 아침, 과도하고 농밀한 진분홍을 조금의 찬바람이 상냥하게 섞이는 으레의 그때였다. 특별할 것 없는 평소의 대화나 수다들도 이 복숭아차에 물들어 달콤해지고, 연해진다.
아, 그러면 사람의 형상도 흐물하고 물렁거려서, 쉽게 몰캉몰캉...일렁일렁...
...하게 된다.
그렇다! 그때 사랑에 빠지는 거다!
미리 손을 벌려놓은 여름의 기운에 꽃도 거리도 살살 익어버려서, 조그마한 가슴도 일렁이고, 얼굴도 새빨갛게 익고, 마음도 흐물거린다.
만화에서라면 달걀부침같은 눈에 오징어같은 팔다리로, 사랑에 빠졌다 ㅡ !, 같은 대사를 내뱉겠지.
일단은 이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시시덕거리고, 웃고, 좋아하고, 가끔은 그들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나와 이렇게 공기를 느끼는 것도 좋다.
그러면 복숭아차 안의 설탕같은 아이는 다가와준다. 하잘데기 없이 그애의 머리칼, 웃음, 벚꽃이 앉은 어깨에 그가 읽는 소설 표지 위의 작은 수국까지 좋아하고 기억한다. 떨어진 꽃을 주워 그애의 책상 위에 몰래 놓는 대형 작전을 거행하는 담대한 떨림도 한 번쯤 경험해본다. 그애와의 대화를 멋대로 받아들이고, 짜집기하면서 사랑에 빠진 눈으로 바라본다. 세상 모든 고민을 짊어진 사람이 되어 철없게 이것이 청춘인가ㅡ 하고 중얼거린다. 그 와중에 비죽 새어나오는 설렘에 돌연 맘껏 웃으면서, 하늘을 본다. 왕망한 하늘색에 그애도 잠깐 떠올려보고, 괜히 미소짓고, 봄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렇게 되는 것이다.
"좋아해."
그 한마디에 하늘을 날아가버리는, 사랑이란.
막연한 행복감에 눈을 뜬다. 바람은 여전히 살랑거리고, 모든 것은 그대로다. 혼자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 하루하루는 둥둥 떠다니고, 시간은 어루만져주며, 분은 감싸주고 초는 달콤하게 녹는다. 봄은 그렇게 낮잠에 스며들어, 눈꺼풀을 감겨주는 거다. 나 역시 봄의 어름에 슬쩍 져주기로 한다. 어쩔 수 없지 않냐는 안일한 마음으로 눈을 감는다. 한때의 시절에 흠뻑 빠지는 것이 그것의 목적으로, 흔쾌히 들어주도록. 재잘거림이 몽롱하게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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