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Mid-season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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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휘몰아치는 바람 사이의 너를. 우리는 그렇게 말했다. 너의 모습이 바람의 뒷자락에 가렸다. 너는 사라졌다. 우리의 모습은 그 후로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은 불었고, 아팠다. 여름 더운 기에 배어든 경계선은 원래 그리 아픈 거였다.

 

 

가을은 나의 사과가 아주 빼곡히 맺힌다.

 

 

최초의, 긴, 시간이었다. 나에게. 이제 공기가 제법 선선했다. 가을을 향해 가고 있는 거였다. 나의 피눈물은 헛되지 않았다. 승리감에 젖어 네 비굴한 얼굴에 진심으로 상냥하게 웃음지었다. 너는 따라웃었다.

 

 

 

 

" 영광이야. " 너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 날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마지막을 허락해줘서. " 너는 확인이라도 받듯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내 사과를 받아줘. " 나는 당연한 소리에 고갤 돌렸다.

 

" 그 애 얘길 전해들었어. "

" ...밤에 뜬금없이 전화해서, 집에 와줄래? "

" 불러서, 어쩌려고... "

 

찬바람에 너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있었다. 나의 볼에는 자잘한 유리조각만이 만져졌다. 까슬까슬하지는 못하고 다만 날카롭다. 나는 너의 모습이 붉은 낙엽에 일렁인다.

 

 

미안, 너는 오게 될 거야.

나는 단적인 시간만 보도록 되어있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아프지는 않았다. 오랜만의 감각에 몸은 먼저 낯설다 인지했다. 낫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네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네가 내 앞에 또렷히 보이는 것은 실로 대발견이었다. 언제부턴가 쥐고 있던 사과가 내 손에서 툭 떨어졌다. 피처럼 붉은, 일찍 태어나버린 사과의 운명이었다. 나는 울었다. 너의 죽음도 소용은 없었다. 평생 아팠다.

 

 

이로써 세 명이 나의 손에서 사과가 되었다. 가을의 초입은 새벽에 냉장고의 한기 앞에 서있을 게 못 됐다. 나는 오늘 또 달력을 버렸다. 피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아무렇지 않은 게 예사인 것은 누구에게라도 이상한 것이다.

 

그날, 토요일 이후로 끝나지 않을 주말엔 여름만 머물렀다. 아직 가을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었다. 비참하고도 처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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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9 긴 시간 of 단칼

2015 2019. 11. 5. 16:56

금요일 밤에 만날래요?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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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걸려온 건 그때였다.


“토요일에 뭐 할 거예요?”

“자살이요.”


열어둔 냉장고가 웅웅거렸다. 뻘거죽죽한 핏빛이 흰 벽에 넘실댄다. 상대는 말이 없다.


“토요일만큼 날은 없죠.”

“…무슨 뜻이에요?”


무슨 뜻이긴, 이 사람아.



*



밤이 되었다. 새벽이 되었다. 날이 밝기에는 아직이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켠다. 그냥 검다. 꺼져있다. 달력을 찾는다. 그전에 시각이 눈에 띈다. 멀었다. 수요일인데, 수요일이 아직 멀었다. 목이 말라 가고 있는 걸 눈치챈다. 정수기를 찾는다.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린 걸 잊었다. 냉장고를 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냉장고의 안도 질릴 듯한 주황빛이었다. 팔이 마비될 것 같다. 욱신욱신해서 그 손 놓으라고 하고 싶다. 발등이 차다. 냉기가 흘러나온다. 안의 의미 없는 캔들, 봉지들, 병들을 바라본다. 딴 세상 보듯 구경한다.


빙빙.


냉장고가 돌아간다. 붉은 빛으로 물들어갔다. 의아해하다 이내 납득한다. 그대로 금요일까지 두기로 한다. 정수기처럼, 다 울어버리고 눈물을 사와야 하는 불상사와 그의 걸맞은 끝을 맞지 않기를 기도한다. 금요일 열한 시쯤에 돌아와 또 다른 붉게 물든 벽을 보기로 한다.


문득 피 묻은 사과를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 앞에서 잘도 당당하게 서서, 깨져있는 눈 을 한 네시 반의 나였다. 지금 몇 시? 앞의 나는 깨어있었다.


“너, 기다리고 있구나.”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날을 기다리고 있구나.”

“사과로는 죽을 수 없을 거야. 안심하고 실망하며 먹어.”


말을 나누기에도, 구분하기에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계속 보고 있으려니 나 역시 눈이 아파오는 것 같았다. 그 역시 나라는 걸 망각하고, 최상의 상태로 맞는 자살을 위해 나는 도망 갔다.


그러고 숨어있는 동안 온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나는 모든 피로 얼룩진 사과를 혐오하며 지냈다. 밤과 아침의 사과는 천차만별, 밤을 택했으면 했으면서 새벽에, 떨리는 다리로, 제 집이라 짐짓 떳떳하게. 그때부터 진즉에 찔러버렸으면 했으면서. 숨어버렸으면, 없었으면 했으면서.





괴물의 눈을 깨뜨리면 클리어 되는 게임이 있었다. 재작년에 나온 플래시 게임인데, 일렁이는 거대한 눈깔이 다가오-ㄴ다는 설정으로 크기를 시간에 따라 일정량 키운-면, 어느 것이든 그것은 부 서지게 되어있었다. 단순한 프로그래밍이었다. 손가락, 어림, 어리석음이 있었고 각자의 손에 곡 괭이, 망치, 돌팔매를 들려준 셈이었다.

게임 공유 카페에 업로드 되어 시작된 게임은 인터넷으로 퍼져나갔다. 누구든지 안할 듯한 게 임은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이름도 모를 블로그에 올려졌다. 비가 와서 어두웠던 것 같던 여름, 오후, 학교에서도 거부할 것 없이 넘쳐나듯 그 게임을 했다. 누르면 짧고 날카로운 소리가 확대 된 소리를 불러왔고, 더 큰 불행을 가져왔다. 탐욕스러운 손이 올라탄 마우스가 째깍째깍 남은 시간을 쟀고, 나의 남은 시간은 그렇게 카운트다운 되었다. 밖에서는 우르릉 천둥이 치고, 비가 날고 광적으로 여기저기 사방팔방 내 머릿속에서도 유리가 막 깨졌다.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


그날의 광기는 폭풍보다는 사과처럼 휘몰아쳤다. 번득이는 미성숙한 눈을 하고 컴퓨터를 들어 가겠다 싶게 바라보는 걸 보았다. 어리다. 어리다. 틀림없이 어려있었다. 끔찍하게 침묵적이고, 암묵적이고, 천둥번개를 넘어서서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그들의 목표야말로 나였다. 나는 챙강 챙강 깨지며 단단한 물건을 부수게 설계된 물건들 - 그들 자신을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이 나에 게 날아오는 걸 쳐다보았다. 이유 없이 그건 나였고, 피와 비명과 희생을 담고 있으니 목격과 현장이라는 단어가 맞았다. 나의 사고현장은 아주 대단했다. 파삭파삭 가루 되어버릴 줄 알았으나, 그들의 희망대로 나는 게임이나 재현하고 있었다. 비는 아직 왔고, 불타고 있었으며, 피든 뭐든 흐르고 있었다. 기억도, 함께, 조각나서, 긁어모아, 쉼표로, 이어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훌륭하게, 수요일이 되어주게 돕는 화요일이 그날만큼 아닐 수 없었다. 그 말인즉슨 내가 조각난 눈을 학교서 내내 모으고 있다가 집 와서야, 불안에 떨며, 사과를 먹었다는 뜻이다.

오늘은 분명히 수요일이고, 그러므로 화요일이었음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번 수요일은 그날 로부터 이 년 남짓 후라는 것이 된다. 나는 여전히 그들이 깨뜨리기를 좋아하는지, 어린지, 사 과는 먹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그 게임의 개발자 역시 곡괭이나 사과인지 알고 싶다.




이 년 전인가, 그때부터 급작스럽게 눈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깨지고, 그 덕에 내 눈깔에는 피가 가득 차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피는 눈물인 양 흐르고 넘쳤다. 아침에 문득 일어나 집 안을 걷노라면 발에 수십 수백의 파편이 박혀들었다. 끔찍했다.



금요일. 진작에 알고 있었던 걸 이용해 질 나쁜 사과를 좀 사오기로 한다. 주소를 찾는다. 우 연히 마주치기 좋은 장소에 있다. 비겁하게 도망 가버리지 않았기를 빈다. 붕대를 감는다. 깨진 눈을 쓸어 쓰레기통에 넣는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버스를 탄다. 목적지에 간다.


언제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놈을 죽일 기세로 가서 마음을 죽인 다음 돌아와서 목을 매달겠다. 39 물론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없다. 그건 그 사람이 나이기 때문이고, 그런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



“…그 게임, 그럭저럭 살아남고 있는데.”

“그게 그런 내용이었나?”

“아, 너로구나.”


가만히 듣고 있자보니, ‘아, 너로구나.’ 라니. 이건 무슨 소리야?


“별거로 다 찾아오네.”

“나 알아?”

“상대할 시간 없으니 꺼져.”

“나 아냐니까?”

“알 게 뭐냐.”


그랬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를 알 일 없거나 모르는 사람은 때려죽이기로 했다. 다행히도 비닐봉지 가득 담긴 사과는 꽤 단단했다.






사과를 테두리 따라 주욱 늘어놓으니 사과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핏물을 빨아먹어서 끈적끈적하고 비린 사과였다. 그걸 집어 들었다. 먹지는 않았다. 가방에 넣었다. 이 가방에도 사과향이 밸 것이다. 허름한 집의 현관문을 걷어차고 호기롭게 나온다. 사실 감정은 그 반대지만, 뭐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해가 오후로 접어들었다.



*



“토요일에 뭐 할 거예요?”

“자살이요.”


열어둔 냉장고가 웅웅거렸다. 뻘거죽죽한 핏빛이 흰 벽에 넘실댄다. 상대는 말이 없다.


“토요일만큼 날은 없죠.”

“…무슨 뜻이에요?”

“알고 싶어요?”

“네.”

“다음 주에 알려줄게요.”

“그 말은 안 알려줄 거라는 얘기네요.”

“그리고 당신 꺼지라는 얘기죠.”


초침이 똑딱거리며 나의 수명을 일러준다. 안 잊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 너머로 대답 해주는 10:27 p.m.


“금요일 밤에 만날래요?”

“지금이 금요일 밤입니다만.”

“아.”


시간이 얼마 없다. 전화는 쉽게 끊기지 않는다.


“가고 있어요.”

“올 거예요?”

“물론.”


나야 말릴 필요는 없다. 죽음이나 토요일, 혹은 그 사람을 기다리는 냉장고에 들어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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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웨어맨 합작






사고가 있고 나서 두 번째 토요일이었다. 병원일 테지, 중얼거리는 말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놀랍게도, 나는 태연히 집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다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물리적으로 누가 입을 막은 것도 아니요, 듣는 이가 귀머거리였으니 그 첫 시작에 대한 어떤 반응 반문 탓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벌거벗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옷을 잃어버렸나? 그와 함께 말도 잃어버렸다. 내 한쪽 다리, 옷, 말과 설 자리를 잃어버린 건 이 세계에 나밖에 없을 터였다. 그만큼 나 자신에게만 유감인 일도 없었다.

토요일이라고 했었나? 그래, 토요일이니까 아침에 산책을 나갔다. 나체의 외다리가 어디에도 없는 공원을 절뚝이며 거닐었다. 보기 좋군. 운좋게 병원에서 탈출한 것이 다행이었다. 운이라도 남아있는 편이 나았다. 상처는 낫지 않을 듯 보이지만- ,그렇지만.
걸어다니는 동안 수만 대의 차가 날 치고가는 걸 목격했다. 우습게도 내 몸을 투명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앗싸. 목격자 행세로 꽁돈 좀 만질 수 있겠네. 그 돈이 내 돈이라는 것도 모르고, 투명하게.

  그날은 일찍 돌아왔다. 나갔던 다리가 돌아왔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아주 자연스럽게 달린 후, 문을 열고,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은 후, 다리를 목격했다. 내가 허리를 숙이고 보는가 하는 의문도 잠시. 오래 쓴 것처럼 나달거리고 흙 묻은 다리를 재차 목격했다. 오늘 많이도 목격한다 싶다. 다리는 이따금씩 내게 뭔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입술을 들썩이다가 말았다. 그런데 그 다리를 보고 나니 내 외다리가 없어졌다는 걸 알았다. 아래를 보니까, 내 몸이 떨어졌다. 그랬군. 허리를 숙여 본 거였나 보다.


요근래 자주 깜박한다는 걸 까먹고 코코아를 한 번 더 마시고 잠에 들어있었다. 이미 자고있는 걸 깜박했다는 걸 깨닫자마자 코코아를 마셨다. 코코아를 마시고 있다는 걸 깨닫자마자 코코아를 마셨다. 무슨 소리야. 걸, 걸, 걸. 귓가에 윙윙대는 소리.




두 번째 날. 어제가 토요일이었으니 오늘은 무슨 날일까.
라고 일기에 쓰여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언제 쓴 거냐, 날짜를 보았다. 명명백백한 토요일 다음날이었다. 과연.

토요일 다음날이니 산책 다음날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머지 다리를 잃거나, 차에 치여보거나 - 이거 어제 했잖아? - , 귀머거리와 대화하는 것. 친애하는 귀머거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고 귀머거리가 받았다. 전화는 그가 받았으나 애초에 귀머거리는 받는 걸 못하는 사람 아니었나. 전화를 받고 내 말을 받지 못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말을 못해 받지 못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귀머거리는 받을지 못 받을지 하여간 받을 게 없는 사람이고, 나는 귀머거리한테 말을 걸지 못하니 대답이 없어 대답 받는 걸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거야말로 나 = 귀머거리.

귀머거리.
귀머거리.
귀머거리.
그냥 반복해보고 싶어서 말해봤는데 내가 말하지 못한다는 걸 깜박하고 내가 귀머거리인줄 알았다. 깜박할 때는 역시 코코아 한 번.

딩동 - .
초인종을 누르긴 눌렀으나 나는 들어오라 말을 못하고 귀머거리는 초인종이 눌리지 않았나 의아해한다. 고심하다 내가 문을 여는 쪽을 선택하고 걸어나가려다 다리가 없어져있는 걸 발견했다. 이쯤하면 나보다는 귀머거리가 더 나은 형편이니 양껏 배려치말고 그에게 직접 창문을 깨고 들어오는 편을 고를 시간을 주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아침의 일기장을 보고 내가 귀머거리라는 걸 상기했다. 다리도 없는 게 어떻게 초인종을 눌렀을까. 창문이 어디 있다고 깨라는 것이었을까. 용케 창문을 하나 찾아서 깨고 안으로 들어왔다. 오고나서 보니 나를 기다리는, 컵을 들고 안락의자에 놓여있는 귀머거리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다. 맞다, 내가 귀머거리군. 무엇보다 풀이 잔뜩 나있는 거실 바닥이 도무지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비로소 귀머거리보고 안으로 들어오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고 일러야 했음을 후회했다. 나무바닥의 정원은 털난 마룻바닥보다는 나았을 거라는 거였다.

오늘 설거지하면서 몆  번이고 뜨거운 음료를 담았던 컵이 '쨍그랑' 했다. 그 음절을 오늘 말하기 싫다는 이유로 별 수 없는 대체어였다. ㄲㅈㄷ라니, 꺼지는 것이랄지 까지는 것이랄지 딱 잘라 별로인 것들뿐이다. 사실 나는 여기, 혹은 어디에 있는 게 아니니 이정도는 조금 수정해 써도 내 가여운 다리마저 수긍해줄 거라 믿었다. 덧붙이는데, 가엽다는 것은 다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리도 달려있지 않은 내 몸뚱아리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고보니 어떻게 서있는 거지. 오늘 컵과 함께 내 몸체 아래도 조금 쨍그랑, 했다.



하루가 또 지났다. 애석하게도 월, 토요일. 더 잃을 것 없다 아우성인 몸이 토요일을 끌어쓴 모양이었다. 그렇담 오늘도 산책이군.



그랬다, 귀머거리의 나체로, 하루는 다리, 하루는 옷을 찾아다니면서, 가끔씩 차에도 좀 치여주고, 귀머거리라는 걸 깨닫고, 그를 초대하고, 컵 없이 코코아 먹고, 그랬다. 그 후엔 어떻게 되었습니까, 선생님. 귀를 찾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잘 들리는데요. 애석하군요. 그랬다, 정확히 열흘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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